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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Q] '알쓸신잡' 김영하 작가, "선의로 악을 행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기 바란다"

글쓴이 : 마을관리자 작성일 :18-09-14 12:07 조회 : 947회 댓글 :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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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Q] '알쓸신잡' 김영하 작가, "선의로 악을 행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기 바란다"

[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읽는다'는 것은 선의로 악행을 하지 않게 한다. 타인이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하기엔 너무나 큰 비용이 따른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소설은 큰 투자 없이 우리를 타인으로 만들어 준다."

디지털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읽는 시대'가 지났다고 하지만 지식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다. 여기에 지성인에 대한 사회적 선망은 날로 거대해져 '책을 잘 읽는 법', '빠르게 읽는 법'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다. 이에 작가 김영하는 독자들과 함께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금천구는 12일 김영하 작가를 초청해 2018 마을초대석 '어쩌다 마을' 강연회를 개최했다.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어쩌다 마을' 강연회에서는 사전 모집을 통해 선발된 400여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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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을초대석 '어쩌다 마을' 김영하 작가 [사진=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 '읽는다'는 행위는 우리에게 어떤 보상을 줄까

김영하 작가는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강연의 주제에 따라 현실 속 현대인이 책을 읽는 유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책 읽기가 보상을 주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보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이어 "책을 자주 보는 것에 놀라운 보상이 따른다면 매우 좋겠지만, 어찌 보면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독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독서가 읽는 만큼 현실적 보상을 주는 행위가 된다면 그것은 '의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는 "사실 우리가 즐겁게 하는 것 중엔 인생에 큰 보상을 주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여행을 가는 것 등이 그렇다"며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어린아이들이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만드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어른의 눈에 그 성은 파도가 밀려오면 사라지는 쓸모없는 존재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행위에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즐거울 수 있다. 만약, 아빠가 모래성을 쌓는데 10만 원이라는 상금을 건다면 아이들에게 그 모래성을 아빠라는 클라이언트를 만족하게 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일종의 오디션 속에서 그 행위는 절대 즐거움을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영하 작가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다르게 독서는 실제적 보상을 안겨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즐거움'이란 가치는 행위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적 고양감과 직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적으로 아무 보상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왜 문학을 사유해야 할까. 이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문학을 많이 읽었을 때 생기는 변화는 단지 '더 잘 읽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책을 많이 읽게 될수록 자신의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며 "그럼에도 독서라는 행위는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그 감정을 언어로 정제할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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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을초대석 '어쩌다 마을' 김영하 작가 [사진=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 '선의'에 입은 상처... 인간 사이 거리 파악해야

   

김영하 작가는 "인간의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불가피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사람 중 타인의 뉘앙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다른 가치관 아래 살아온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론 가깝게 살아가는 가족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때 많은 부모가 '대화를 하자'며 불쑥 방문을 열고 소통을 시도한다. 대부분 이러한 시도는 불쾌하게 끝난다. 이것은 '소통'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 간 소통의 틈새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하 작가는 하틀리의 소설 '중개인'를 예로 들었다. '과거는 외국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살아간다'는 문장이 과거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정의로 소개될 정도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삶은 크게 변화한다. 그 속에서 사회구성원의 감정을 지배하는 가치관 역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김영하 작가는 한 가지 일화를 통해 감정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TV에서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은 톱스타의 이야기가 소개된 적 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불편한 몸만큼 자신을 상처 입힌 것은 공원을 나설 때면 지폐를 쥐여주는 노인이었다고 한다"며  "물론, 그 톱스타에게 돈을 쥐여준 노인들이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분들이 살던 시대 장애인의 삶은 더욱 척박했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에서 행한 선행이다. 그러나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인이 되어보는 것이다. 특히 감정으로 배운 것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전두엽이 형성되기 전 만들어진 편도체는 불쾌함 등의 본능을 아로새겨 인간을 조절한다. 잘 쓴 소설이나 잘 만든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 감정을 대신 체험하는 것이다"며 문화생활의 가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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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을초대석 '어쩌다 마을' 김영하 작가 [사진=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 독서는 '병리적 나르시시스트'를 위한 처방  

   

김영하 작가는 '어쩌다 마을' 강연을 통해 문학은 인간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공동체 유지의 연결 고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전국민적 논란을 빚어온 대다수의 '갑질 논란'들은 황금만능주의 속에서 자신의 분노를 언어로 정제하지 못하는 가장 큰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하 작가는 "알파고 등 첨단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많은 사람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른 결론이 인간은 인공지능과 비교하여 창의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창의력은 부끄러움에 의해 제약된다"며 "그렇다면 진정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나은 부분은 무엇일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계보다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다. 기계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다른 사람의 언어를 듣는 것이고,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현대인들이 문학을 사유해야 하는 이유를 전했다. 

그렇다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감정이 풍부해질 수 있을까. 강연에 참여한 한 시민은 오픈 채팅방을 통해 "독서를 많이 하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신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내 소문난 독서광임에도 불구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있다. 왜 그런 걸까요?"라는 질문을 남겼다.  

시민의 질문에 김영하 작가는 마음에 드는 질문이라며 반색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나르시시스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병리적인 문제가 됐다. 타인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순히 웃어넘길 수준을 넘어 사회 문제로 거듭난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풍부한 독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훈련이라고 말해온 김영하 작가는 다독함에도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그것은 '실제 독서 여부' 또는 '독서 방법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책을 읽지 않고, 사회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읽었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이 경우엔 어떠한 독서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두 번째는 잘못된 방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이 주가 된다면 자신의 감정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훈련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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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을초대석 '어쩌다 마을' 김영하 작가 [사진=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 과거 그랬듯, 우리는 언제나 '독자'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는 독서 습관이 길러지지 않아 막막하다는 시민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많은 분이 서점에 가면 당혹스럽다. 너무 많은 책이 무질서하게 쏟아진다. 마케팅에 속아 완성도가 떨어지는 책을 사 실망하게 되는 일도 많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서 멀어진다"며 현대 출판계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는 "독서와 문학에서 멀어졌지만 우리는 어렸을 적 모두 '독자'였다. 만약 당장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책 10권을 꼽아보자. 10권이 어렵다면, 5권도 좋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읽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영하 작가는 "많은 이들이 책을 다시 읽은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작가는 독자가 책을 여러 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책을 읽고 덮는 순간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내용을 잊어버릴 뿐 우리가 그 책에서 좋아했던 수많은 이유만은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하 작가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독자의 성장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히 줄거리가 궁금해 문학 소설을 봤다면, 지금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성취라고 말했다. 

현대인에게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영하 작가는 "책을 많이 읽을수록 인간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내면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누구도 빼앗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필요한 책을 읽으면 된다"고 끝인사를 전했다.  

이날 김영하 작가는 강연 2부에서 '마을, 동네, 그리고 우리의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시민의 쏟아지는 질문으로 강연 시간이 지체되면서 마을과 공동체에 대한 강연은 아쉽게 불발됐다.  그럼에도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은 열정적인 강연을 선보인 김영하 작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영하 작가 역시 마무리하지 못한 주민참여 토크에 아쉬움이 남았는지 다음을 기약했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이어진 2018 마을초대석 '어쩌다 마을'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문학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김혜원 기자  memero10@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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