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휴먼스오브금천- 한진 살구여성 활동가 인터뷰
글쓴이 : 마을관리자 작성일 :20-12-09 11:49 조회 : 401회 댓글 : 0건본문
지역사회의 변화를 원한다면 지역주민을 믿어야
한 진
한글을 가르치는 건
퀼트나 뜨개질을 가르치는 거와 달라요.
한글을 모르는 건 버스를 탈 때도
물건 하나 살 때도 힘들다는 거예요.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우쳐가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꼈죠.
지역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간사로 일할 당시 살구여성회에서는 주로 무엇을 했나요?
저는 96년도 6월부터 99년까지 살구여성회에서 간사로, 사무국장으로 일했어요. 그때는 아마 종합사회복지관이 청담 하나만 있었을 거예요. 지역아동센터도 없을 때고요.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시설이나 인프라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살구여성회가 많은 것들을 했어요.
공부방, 문해교실,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 주민 모임 이런 것들을 했어요. 지역에서 요구되는 복지문제를 지역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일을 했죠. 이사진이나 운영위원 같은 임원분들이 모두 지역 여성분들이었어요. 저와 같은 간사들은 지역주민들이 논의하고 계획한 것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했죠.
여러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녹색위원회에서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었어요. 그리고 한글 수업도 하고, 공부방, 밥집 다 했어요. 그중에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죠.
한글을 가르치는 건 퀼트나 뜨개질을 가르치는 거와 달라요. 한글을 모르는 건 버스를 탈 때도, 물건 하나 살 때도 힘들다는 거예요.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우쳐가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꼈죠.
여성들의 힘으로 지역을 바꾸자는 여성단체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은 참 귀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살구여성회와 복지관에서 하는 일과 비슷하지요?
우리가 살구여성회를 살구복지관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살구여성회에서 했던 일을 가장 비슷하게 하는 공공기관이 종합사회복지관일 거예요. 지역주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해서 복지사업들을 시행하는 곳이 복지관인데, 살구여성회 역시 그런 일을 했어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지역주민을 믿어야
살구여성회의 경험이 지금 일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지금 오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사회복지에도 여러 분야가 있어요. 전문적인 상담, 사례관리 같은 것도 있는데 저는 지역주민을 만나는 일을 해 왔어요. 살구여성회에서 했던 여러 조사 활동부터 운영위원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사회복지 쪽에서 아직도 지역전문가가 기획하고 주민들은 동원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역주민이 움직이지 않으면 전문가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의미가 없는데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지역주민이 기반이고, 지역주민들을 믿어야 한다는 걸 전 몸으로 배웠죠. 당시에 20명 정도의 운영위원들이 역할을 나누어 여러 사업을 진행했어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지역주민의 욕구를 반영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것도 기술인 것 같아요. 사실 조사 과정 자체가 조직인 거예요. 누구를 만나서 조사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조사방법도 너무 다채롭잖아요. 양적 조사만 조사가 아니고, 소수 그룹으로 할 수도 있는 거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처럼 직접 주민들을 질적 조사를 할 수도 있고요.
실제적인 조사를 통해 ‘정말 우리가 몰랐던 부분들이 있구나, 그러면 이거 말고 더 있을 수 있겠네, 그러면 이것들을 어떻게 더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걸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이런 과정이 만들어지는 거죠. 조사할 때 전문가 컨설팅을 받고요.
살구여성회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일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살구여성회 활동이나 교육 참여를 통해 지역에 단체를 만들었거나 연계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의 활동이 살구여성회에 모여있어야 조직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살구여성회를 통해 얻은 배움과 가치들, 함께 꿈꿨던 지역사회에 대한 이상 이런 것들이 어떤 형태로든 지역사회에 퍼졌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앞으로 살구여성회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조직도 생명체와 같아서 기승전결이 있다고 보거든요. 그냥 순리대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살구여성회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보면 앞으로도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아이디어나 인력문제로 조직이 정체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이디어의 문제라기보다 리더십과 인적구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살구여성회의 전통과 지역에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리더십을 구성하고, 머리를 맞대고 해야죠. 그렇지 않고, 새로운 활동이나 인적구성 없이 기존에 해왔던 사업만 진행한다면 나아질 건 없겠죠. 지역 안에서 뭔가 욕구가 있는데 단체를 못 만들어서 어려워하기도 하잖아요. 비영리법인이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사회적 협동조합을 할 수도 있거든요.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멤버십을 해서 아이디어도 나누고 그러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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