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트 작품들
북아트 작품들

 

종이는 우리의 따뜻한 감성을 자극한다. 아마도 그것이 나무에서 시작됐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새 책도 그러한데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을 타고 색이 바랜 헌책은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어 더욱 감상에 젖게 한다. 헌책으로 만드는 예술작품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는 전시가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소소한 마을공동체 전시가 진행되는 금천구 마을공동체기록관을 찾았다. 이 곳에서 조금은 특별한 마을공동체 누리, 그느르다를 만나 북아트(book art)에 관해 들어봤다.

 

-모임 이름이 특이하네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누리세상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고 그느르다돌보고 보살핀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회원들과 헌책으로 작품을 만들며 버려지는 책들을 구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해마다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버려진다. 코로나 시대도 환경 문제 때문에 오게 됐는데 헌책으로나마 세상을 보듬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이 모임은 원테이블 마을예술창작소에서 진행했던 북아트(book art) 강의를 듣던 수강생들의 모임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각자 만든 작품들을 사진으로 공유했다. 작품을 우리끼리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을공동체기록관의 전시공모에 참여해 주민들께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시에는 총 9명이 참여하게 됐다. 온라인 화면으로만 만나다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되며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됐다. 직접 만났을 때 온라인으로 만나던 얼굴과 매칭이 안돼서 헷갈리기도 했다.(일동 웃음)

북아트모임 '누리, 그느르다' 회원들 (왼쪽부터 윤동희, 손승미, 이희경, 김성숙, 장미애 씨)
북아트모임 '누리, 그느르다' 회원들 (왼쪽부터 윤동희, 손승미, 이희경, 금성숙, 장미애 씨)

 

-온라인으로 시작된 인연이라 이 모임이 조금 특이하다. 다들 어떤 시간이었는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었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작업이었다. 각자 다른 공간에서 만들었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소통을 하기도 했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좋았던 것 같다.(미애)

난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가족조차 만나기 어려워 코로나 블루로 조금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라도 누군가와 소통하며 작품도 만들고 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져서 나에게는 굉장히 다행스러운 시간이었다. 전시준비를 하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동희)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가까운 지역의 사람 뿐 아니라 인근 타 지자체 주민들과도 함께 할 수 있다. 구로구, 관악구, 영등포구에서도 함께 참여하셨다. (희경)

 

-헌책으로 만들며 느끼는 점들은?

책은 보통 읽는 용도로 쓰이긴 하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책을 장난감처럼 친근하게 여기며 놀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더 이상 읽지 않는 헌책으로는 작품이나 파티용품을 만드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미애)

어린이나 청소년들과 북아트를 함께 하다보면 아이들이 교과서 버리지 않아야겠다.”는 말을 한다. 헌책으로 뭔가 만들다보니 그림책을 읽을 경우에는 그림 하나하나를 더욱 꼼꼼하게 보게 된다. 이전에 대충 읽었던 책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책을 만든 작가들은 글자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에 많은 생각과 세심한 고민들을 담았을텐데 많이 흘려 보내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희경)

아이들이 이제 다 컸는데 언젠가는 기필코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베란다에 줄로 묶어 켜켜이 쌓아뒀다. (수경. 일동웃음)

물론 취향일 수 있겠지만 무늬가 없는 책보다는 그림이나 글씨가 있는 헌책으로 무언가 만들면 조금 더 멋스럽고 예쁜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아이들과 헌책으로 북아트를 진행할 때 의미있는 점들은, 북아트를 하며 책을 고르게 되는데 이전보다 더 세심히 책을 살핀다. 문자나 그림 뿐 아니라 책의 재질이나 크기 모양 등도 살피면서 책과 더 가까워진다. 책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희경)

 

-북아트도 종류가 많은데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지? 각자 좋아하는 작업이 있나?

건물을 원하는 모양과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떤 책을 고르고, 어떤 그림을 고를지, 지붕은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인지, 어떤 크기로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경)

 

아코디언북
아코디언북

 

위빙북
위빙북

위빙(weaving)북 작업은 칼로 책을 파내는 것이라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만들고 나면 너무나 뿌듯하다. 단순한 작업이지만 굉장히 완성도가 있다. (미애) 위빙북아트를 할 때는 문구를 쓰기도 했는데 짧은 글을 쓰며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또 힐링이 됐다. (동희)

 

 

폴딩북
폴딩북
폴딩북
폴딩북
폴딩북
폴딩북

폴딩(folding)북 작업을 했는데 책장 한 장 한 장을 접어서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온전히 두 시간을 들여서 도안을 참고해 하트 모양으로 꼼꼼히 접었다. 다음에는 글씨 모양 폴딩북에 도전해보고 싶다. 종이를 접을수록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눈에 보여 너무나 재밌었다. (동희)

 

허니콤보 북
허니콤보 북
허니콤보북
허니콤보북
허니콤보북
허니콤보북

허니콤보북은 배치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서 재미있다.

 

써클북
써클북

써클북은 장식용으로도 괜찮다.

 

-어떤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지?

앞으로 구체적인 활동계획이 없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고 그 간의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에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시간을 내어 전시를 보시면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모임이 지속되길 바란다.

 

*전시 안내

-전시기간: 4..12()~ 5.7()

-전시장소: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 (금천구 은행나무로 45)

-문의전화: 02)809-8825

 

조혜진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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